만나봅시다 - 김필주 지구촌농업협력및식량나누기운동 이사장
- Admin

- 2019년 8월 9일
- 3분 분량

2003년 미국인들을 포함해 재미 한인 동포들이 중심이 돼 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운동(Agglobe Services International, 약칭 ASI) 기구가 발족됐다. 이 기구의 이사장은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종자학을 강의중인 김필주 박사(85·사진)다.
ASI는 김필주 박사 부부가 Agglobe Technologies/Agglobe Mission(약칭 ATAM)이란 이름으로 벌여왔던 북한농업 지원사업을 확대해 지구촌 곡곡에서 식량이 부족한 지역의 식량확보를 목적으로 발족된 비영리공익단체다. 김 박사는 ASI의 이사장으로 북한을 출입하며 농장운영을 돕고 있다.
기자는 김 박사를 만나기 위한 열망을 태우고 있었다. 그 계기는 복토직파기를 개발한 한국농업전문학교 박광호 교수가 불을 지폈다. 종자학자로 세계 56개국을 돌아다니는 비행기 탑승시간만 10년이 넘는다는 박광호 교수의 얘기에 매료된 탓이다.
기자는 침체한 우리 농업의 성장동력이 될 화두 찾기에 몰입해 있었다. 이런 때에 세계 종자전쟁의 실상과 우리의 대응태세에 대해 얘기를 들려줄 김 박사를 만난다는 건 행운이었다. 김 박사를 서울교대 전철역 근처의 조그마한 호텔 카페에서 만났다.
김 박사의 첫인상은 69세 노인이 아닌 50대 후반의 나이로 착각될 만치 곱게 늙었다. 안경을 쓴 단아한 모습, 고운 피부, 미모였다.
만나자 마자 오랜 지인처럼 친밀감을 느낄 잔잔한 미소를 보여 대화가 부드럽게 시작됐다.
기자는 지난해 강원도 산불에 마을이 전소(全燒)한 터전에서 가까스로 타다만 볍씨를 껴안고 “농사지을 씨앗마저 태웠다”며 흐느끼는 농부의 처절한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김 박사에게 “종자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박사는 “멕시코 오지마을을 돌아보다 13명의 식구 모두가 팔이 없거나 눈이 멀고 귀머거리인 가정의 벽과 천정, 마루에 걸쳐 매단 옥수수를 보았다”며 “종자는 인류생존의 씨앗”이라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우리 조상들이 일제치하에서 낙동강이 넘쳐 흉년이 들었을 때 농사지을 땅을 찾아 간도·연해주·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낯선 땅에서 삶을 일으킨 끈질긴 생활력을 상기시켰다.
“이런 유랑 길에도 꼭 품고 가져가는 건 종자”라고 말하며 “종자는 인류존재의 씨앗”이라 거듭 강조했다.
◇부친 농심 이어받아 농학 전공
김 박사에게 여자론 힘든 농업을 공부한 동기를 물었다.
김 박사는 중학교 입학 후 불과 20여일 만에 6.25동란을 맞았다.
6.25가 발발하자 가족은 함경도 영흥에서 경기 양주의 문내미마을로 피난을 왔다. 피난지인 양주에서 아버지가 벼, 옥수수, 감자를 정성껏 키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일년감이라 일컫던 토마토를 키워 흑설탕에 재워 먹여주던 아버지의 따뜻한 정에 이끌려 농사에 관심을 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누에가 뽕잎을 먹으며 누에고치를 엮는 신비한 모습에 감탄했다고. 하지만 그 귀한 고치를 공출로 일본인에게 뺏기는 농민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농업을 공부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경기여고 졸업 후 서울농대에 진학하며 종자학에 눈을 떴다. 농대졸업 후 60∼62년 사이 농촌진흥청에서 잠시 농촌지도공무원으로 일했다.
이때 직장동료로 만난 서울농대 축산과 2년 선배인 주영돈 박사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미국 유수 종자업계서 20여년
1963년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오른 김 박사는 미시시피대학에서 종자학 석사에 이어 코넬대학에서 작물생리와 종자학을 복수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 세계종자업계에 발을 딛게 됐다.
미국은 세계종자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종자업의 종주국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3대 메이저 기업은 노스렙킹, 파이어니어, 디칼브 등이다.
파이어니어 한 회사가 1년에 20억불의 종자를 판다. 미국종자업계는 그 만큼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고 있다.
김 박사는 코넬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박사후 과정으로 노스렙킹사에 취업, 종자 연구부장으로 10년간 일했다. 그 후 김 박사의 경륜과 자질을 탐낸 세계적인 종자회사인 파이어니어사가 김 박사를 스카우트했다. 김 박사는 파이어니어사에서 기술보급부장으로 8년 일했다.
김 박사는 종자회사 18년 재직 중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본격적으로 해외근무에 나섰다. 70년대 초 소련 지배하의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를 필두로 56개국을 순방했고 36개국에서 주재근무를 했다. 이 기간 비행시간만 장장 10년이다.
◇세계는 종자전쟁…한국도 눈을 떠야
종자는 금값이다. 옥수수 종자 15kg짜리 한 자루가 100불이다. 미국은 세계도처의 산천에서 야생초 등 식물유전자원 수집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종자업계는 영하 120℃의 저온저장고를 만들어 100년 이후에 쓸 종자유전자원을 보관해두고 있다. 멕시코엔 미세곡류 저장고, 페루엔 감자 저장고 등 세계 도처에 저장고를 두고 작목별로 관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한국의 야생초인 범나리를 가져가 개량, 외국으로 역수출해 막대한 로열티를 거둔다.
미국의 서던일리노이대학과 버클리대학도 한국의 금잔디 씨앗을 가져가 이를 개량, ‘조아지아’란 상품명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
한국의 라일락도 미국에 넘어가 아름다운 화색과 자태로 개량돼 많은 돈을 버는 황금씨앗이 됐다고 한다.
김필주 박사는 한국이 종자전쟁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대표사례로 흥농종묘의 파산을 막지 못해 외국종자업계에 넘긴 한국정부의 무관심이 섭섭하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종자수입 시 입찰을 통해 일괄 구입하는 일은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처사라 했다. 종자업계, 즉 개인업자에게 수입권한을 주면 업자가 좋은 종자를 스스로 선별해 수입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또 한국 정부의 종자인증사업도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종자개발 후 ‘실증검사-인증-추천’에 소요되는 기간이 5∼6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이 지나고 상품이 출하됐을 때에는 종자는 이미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개발 즉시 수요자인 농업인에게 보급하면 실증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김 박사는 89년 이래 대북 농업지원사업을 하면서 16년째 북한을 출입하고 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북한은 60년대 네덜란드 식물형태분류학자를 초청해 식물유전자원보전은행을 설립하고 식물유전자원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종자전쟁에 눈을 떠 종자보전과 개발에 배전의 힘을 써야한다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여성시대] 세계를 뒤흔드는 여성 150인에 선정된 김필주 회장 “대북 농업기술· 식량 지원”](https://static.wixstatic.com/media/b12599_f8e4417c9f2642c09aa7b23faf6213e5~mv2.jpg/v1/fill/w_305,h_198,al_c,q_80,enc_avif,quality_auto/b12599_f8e4417c9f2642c09aa7b23faf6213e5~mv2.jpg)
댓글